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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1 목
쿠라하시 요에코의 가라앉는 거리(沈める街)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가사나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아주 직관적으로 심상이 그려지는 노래다.
먼저 듣던 사람들은 어떤 배경으로 이런 노래들을 접했을까? 취향이 충분히 깊어지기까지 그 밀도있게 채워진 생활상이 궁금하다.
2026-01-07 수
스몰토크 주제 중에는 이상형도 있다. 만약 금방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떤 사람인지, 닮은 연예인은 없는지 범위를 좁힘으로써 구체화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솔직하게 이상형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와서 적당한 대답은 못할 듯하다.
2026-01-08 목
하루 중 1분이라도 괜찮게 느껴진다면, 그날은 좋은 날이다.
이전에 한 번 앱으로 확인하는 걸 놓쳤던 음악이 있는데, 밤중에 편의점에 방문했다가 그 노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곡이었다.
2026-01-09 금
신나는 노래를 하나 찾았다. 빠른 템포의 노래는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암시하는 수단이 되기 힘드니 반대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듣기 좋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26-01-10 토
넷플릭스에서 얼굴(2025)를 봤다. 근래 들어서 정말 만족했다.
스포일러 접기/펼치기
그중에는 사람의 감정과 욕망이 드러난 부분들이 정말 좋았다.
시각 장애인이자 도장 파는 장인인 임영규. 처음에는 부인 정영희 씨가 그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고 할 때 분명하게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그게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장난으로 잘못된 믿음이 끼어들었다. 그에게는 안 보이지만 그녀는 절세미녀라는 것. 놓칠까 조바심이 나 덜컥 혼인까지 해버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그녀가 미녀라는 믿음이 깨졌을 때. 오히려 못생겼다고 할 때 그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은 수치로 변모해 버렸다. '이놈들이 나를 놀려먹고 있었구나.'
작중에서 벌어진 사건들로 그의 생계에도 영향이 미치자 그는 그녀를 자신의 팔자에서 '밀어'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그녀가 가진 생명의 등불이 꺼지기를 바라고 끝내 시체를 자신의 힘으로 밀어냈을 때.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구성과 연기가 훌륭했다.
집중할 만한 인물은 그뿐이 아니었다.
임영규가 스스로의 비밀을 밝히도록 움직일 수 없으니, 아들 동환이 그 대리자로서 사실을 알아 나간다. 그리고 그를 부추기는 게 다큐멘터리를 찍는 PD다.
더 자극적인 이야기가 높은 시청률을 보장할 것을 알고 그들 부자를 이용하려 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사실을 묻으려는 동환에게 PD는 "이제 보니 아버지와 닮았다"는 말과 함께 어머니의 사진을 건넨다. 그 말이 나는...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어떤 프로 정신이나 정의감에서 나온 것 같지 않다고 느꼈다.
양심에 말을 걸어서 동환이 숨기려던 원본 데이터를 얻어 내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잘 포장된 그 잔인함도 흥미롭게 보였다.
그렇게 동환은 건네받은 사진을 꺼내 본다. 사진의 뒷면을 뒤집어 보기까지 시간을 들여 어머니의 얼굴에 제대로 포커싱이 잡힌다.
이 장면을 두고서 형은 "그간의 서사를 보고도 외적인 평가를 하려고 하는 관객"을 두고 비판적인 시사가 있지 않았겠나 하고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럴싸한 얘기였다.
나 또한 '임영규의 분노가 정당했는지' 사진을 보면서 판단하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이 유도되었다고 변명하고 싶어진다. 😂
영화도 훌륭했고 그렇게 같이 본 시간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2026-01-11 일
어머니께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2026-01-12 월
사람이 사람을 위해 내는 용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2026-01-15 목
내가 받은 친절이나 여러 가지를 잘 세는 게 중요하다.
끌어당김의 법칙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그냥 일이 잘 풀린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6-01-16 금
고깃집에 갔다. 구워주는 곳이었는데 직원들이 여러 테이블을 도는 동안 한 직원의 솜씨가 유독 뛰어난 듯이 보였다. 뒤집는 속도가 정말 빨랐고 만약 느긋이 굽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비교하면 4배 정도의 속도가 되는 거 같았다.
한판을 다 구워도 먼저 뒤집은 것과 맨 마지막의 차이가 별로 없을 듯했다. 그래서 비결이 무언지 알고 싶어 굽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다.
당장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는 집게를 쥐는 법이 조금 달랐다. 보통은 감싸 쥐듯이 집게를 잡을 텐데, 이 사람은 집게의 벌어진 부분과 지문이 마주하도록 잡았다. 그리고 속도만큼 집게를 아주 짧게 벌리고, 또다시 집는 그런 느낌이었다.
간식으로는 거래처에서 제품 홍보용으로 나눠 준 캐비어와 비스켓을 조합해서 먹었다. 간이 덜한 크래커와 에이스 두 개를 비교하면서 먹었는데 에이스가 더 단 느낌이 있고 부서지는 식감이 맛있었다.
2026-01-17 토
형에게 제로 사이다 페트병을 하나 받았다. 1+1 제품이라고 카운터에 두 개 들고 온 것이 사실은 2+1 제품이었어서, 결제 후 나머지 하나가 '나만의 냉장고'라는 앱 보관함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선물하기로써 내가 받은 다음 인근 편의점 '나만의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교환했다.
묶음 구매 상품 몇 개를 놔뒀다가 이후에 꺼낼 수 있다니 보관 비용을 생각하면 썩 괜찮은 것 같았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기획이다.
어쨌든 사이다 하나가 들어왔으니 일부러 이에 맞는 소비를 해보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음식점에서 사는 다른 음식보다도 포테이토 칩을 먹는 이 식사가 훨씬 기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6-01-18 일
지도 두 개를 다시 살렸다. 깜빡 휘발될 뻔했는데, 외출하려다 보니까 다시 찾고 싶었다. 첫 번째는 성수역 근처의 맛집 지도. 전에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가 이번에 눌러 저장했다.
두 번째는 버거 맛집 지도. 오픈 채팅방에서 버거 얘기를 자주 하는 분이 있었고 마침 버거를 먹은 지 좀 된 터라 호출해서 여쭤보았다.
버거 맛집 지도를 찾으려면 유명 유튜버한테서도 얻을 수 있지만 그걸 쓰지 않고 물어 얻는 게 더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목적지인 신발 매장과 가까운 장소가 없어 어느 지도도 이용되지 않고 나중을 위한 즐거움으로 남게 되었다.
2026-01-21 수
여러 번 생각하다 보면 바른 이해에 닿을 수 있다.
2026-01-22 목
서브 컬쳐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동료와 대화했다. 추천받아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히카루의 여름'이라는 작품의 개요 정도를 봤는데, 다루기 어려운 소재로 높은 완성도를 가졌다고 들었다. 이런 정도로 deep 해도 괜찮으니 추천해 주면 좋겠다."
그랬더니 deep 한 작품을 추천받았다. 내가 묻긴 했지만 보는 게 쉽지는 않을 거 같다.
2026-01-23 금
초심의 하나를 실천한 날이었다.
대화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비언어적인 거부의 표현인지 다른 사람은 알 길이 없다.
'무난한 태도를 가지기'를 나름대로 실천했다.
기분 좋게 퇴근했다.
2026-01-24 토
점심시간을 살짝 넘어 코인 세탁소로 이불을 날랐다. 거리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있고 햇살은 딱 좋은 느낌으로 내리쬐고 있었다.
잠깐이라도 나와서 걸으니 훨씬 나았다.
2026-01-26 월
살면서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존중받을 만한 거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상대성이론 - 마이 하트 하드 핀치의 cover 영상을 보다가 그 사람의 피드 중에 생일에 기록한 포스트가 있길래 나는 이날엔 뭘 했나 싶어, 지난 일기를 찾아봤다.
몇 번 그랬던 것처럼 '실재하지는 않고 있을 법한' 이미지 하나를 상상하고 적어 놓은 내용이 있었다.
좀 더 반복하면 내가 상상한 장면들로 이루어진, 모음집을 하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는 완성을 돕는 유리한 습관이다.
2026-01-31 토
오전 네 시에 잠이 깨서 신발을 세탁했다. 그다음 본가에 빨리 가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는데 부모님과의 시간을 보다 많이 만들기 위해 서두른다는 내 행동 원리를 스스로 아니까 발걸음이 더 가볍고 들뜬 기분이 되었다.
지하철에서는 이전에 마련해 둔 무선 헤드폰을 사용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들었는데 제대로 살리기 어려운 이동 시간을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편익에 지불하는 서비스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벌써 제값을 해낸 느낌이었다.
강의는 정수원의 스프링 시큐리티 완전 정복 [6.x 개정판]. 이론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한 다음 실습으로 이어주는 구성이었다.
코드에는 구문을 기술하는 순서가 있고, 저마다 역할이 있으니 이론 부문에서 배운 구조를 실습 파트에서 재확인하게 되니까 누적 복습된다는 느낌이 있다.
이 강의가 특히 그런 인상이 강하지만, 다른 강의들도 비슷한 이득을 획득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면 머리에 훨씬 많이 남을 거 같다.
아침 시간에 맞춰 집에 도착하니 거리가 있는 만큼 어머니께서 예상치 못한 듯했다. 소소한 기쁨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최선을 다해 재택근무했다.
2026-02-01 일
아버지의 중학생 때 얘기를 들었다.
저녁에는 형과 식사했다. 흑백요리사 시즌 1을 봤는데, 이미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집안의 대소사나 돈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중에 중요도가 낮은 주제를 얘기하면서 나와 형은 형제라는 이름의 운명공동체라는 말을 했는데
당연한 사실이지만 굳이 얘기한 건 괜찮은 일인 거 같다.
2026-02-02 월
대화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었다.
2026-02-05 목
동작연구 방법인 길브레스의 서블릭 기호에 대해 생각했다.
이 기호는 작업을 (찾다, 빈손으로 이동하다, 쥐다, 나르다, 사용하다, 놓다) 등 세분화된 18개 요소로 나누어 기록한다. 작성에는 많은 수고가 들 거 같다.
하지만 기호표를 만들지 않아도 이 지식을 활용할 방법은 있다.
완성된 기호표가 있다면 해당 작업에 숙련도가 없어도 전체 작업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상세한 요소를 파악하기 위한 다른 노력을 해도 역시 '작업 이해'가 달성된다.
또한 요소 중에는 '피할 수 있는 지체'와 '피할 수 없는 지체'를 구분하는데, 이러한 관점 자체가 유용하다.
작업자가 피할 수 없는 지체라고 기재했어도, 어떤 전제에서 판단했는지 알고 바꾸면 지체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변화를 줄 수단으로 서비스, 설비의 구입이나 기술이 개입될 수 있다.
나를 점검하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사용해 볼만하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무관하게 여겨지던 개념들을 통합할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2026-02-07 토
내가 사는 세상을 넓게 인식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2026-02-13 금
평소에 즐겨 듣던 가수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하도 많이 들으니까 여러 생각을 했다.
피쳐링한 래퍼의 뛰어난 점, 노래의 화자는 어떤 상황인지, 무얼 말하고 있는지부터 가사를 인용해서 해볼 수 있는 대화 같은 것들이다.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거 같아도 간격을 두면 또 새로운 점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반복 듣기를 할 때는 온전한 선택이 아닌 듯한 때도 있다. 그래서 우연찮게 다음 곡으로 넘어가면 그게 다행스러운 상황도 있고 그렇다.
간만에 이토 준지 전집 중 한 권, '신음하는 배수관'을 읽었다.
몰아 읽을 수 있음에도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서 온전하게 시간을 쓰고 싶다는 고집으로 전권의 완독을 늦췄다.
소비 속도가 원하는 것보다는 늦어져 아쉽지만, 일 년 중에 그것들이 알알이 하루를 차지하고 있는 특징이 생겨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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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편은 초능력 전학생이라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산책이 취미라는 소년의 말에 다른 학생들은 비웃지만, 그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기한 발견을 한다.
진짜 안구로 이루어진 꽃부터 수련하면 묘한 힘을 얻게 되는 폭포, 괴수가 등장하는 호수 등 보지 못했던 게 '봤다'는 둥 그의 말 한마디면 정말로 나타나는 거다.
한편 초자연적인 힘을 얻겠다는 일념 하나로 폭포로 향했던 학생이 한 명 행방불명되면서 전학생의 '새로운 발견'은 더욱 두려운 것이 되었다.
학생의 죽음을 전학생에게 추궁하고, 또 그와 친하게 지내던 이가 죽음을 부정하기도 하는 사이에 아이디어가 전달됐다. '분명히 죽었다고 밝혀진 건 아니다. 초자연적인 폭포니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결국 그 익사체는 열어달라며 학생들이 모인 방의 문을 두드린다. 이때 나는 순수한 궁금증이 들었다. '익사체가 말을 한다면 소리는 어떠할까?'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죽은 자의 말은 매체에서 표현돼 왔다. 귀신이 내는 으스스한 소리, 좀비 등 이미지를 덧붙이면 얼추 끼워 맞출 수 있을 테다. 하지만 당시에는 비교할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왜 그런 차이가 있었을까... 초능력 전학생 때문이었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되니까 익사체는 곧 살아 움직인다.' 이미 이야기로써 완성돼 있는 귀신이나 좀비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냥 해당 에피소드에서 제시되는 법칙을 받아들인 거다.
특이한 소재와 반복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흐름을 내게 학습시켰고, 전에 없던 감상을 만들었다.
이 '초능력 전학생' 외에 수록된 다른 만화들도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테마가 진하게 엮여 있지 않았다는 점. 공통점을 가진듯 했다가 다시 그렇지 않은 듯도 하고.
다른 권인 '뒷골목'에서 아쉬웠던 점이 해소될 만큼 잘 짜여진 단편집이다.
이동하는 동안은 왠지 다른 사람들도 다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르는 사람들이 명절을 잘 보내기를 소원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했다.
2026-02-16 월
송도에 있는 카페에 갔다. 건물과 조경에 상당한 신경을 쓴 곳이었다. 사람이 많이 몰려서 즐기진 못했지만, 높은 층고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었으며 내부에 있는 다른 식물과 장식들도 볼만했다.
연휴 기간이 아니면 더 한적하다고 하니까 때를 노려서 재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2026-02-18 수
넷플릭스에서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초반부를 감상했다. 그 이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몰라도 지동설이라는 소재로 단편이 아닌 만화를 구성했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꽤 재밌었다. 좀 더 봐도 좋았을지도. 시간에 압박을 생각하지 않는 휴일을 형과 계획한다면 어떨까 싶다.
2026-02-20 금
향로 님의 영상을 봤다.
빵집 개발자 양병규 씨가 오래 전에 쓰신 글이 지금에도 적용된다고 추천하시는 내용이었다.
공부한다는 건 강바닥에 벽돌을 쌓는 것과 같아서 쌓는 도중에는 잘 보이지 않고 그 진척을 볼수록 더 힘들기도 하지만, 높이를 충분히 쌓고 나면 나날이 성장하는 게 보인다는 얘기였다.
이것도 배우는 게 힘이 들 때 떠올릴 수 있겠고, 같은 글에 포함된 다른 내용도 좋았다.
개발자는 기술을 아는 만큼 상상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정말 맞는 얘기다. 나도 몇 번 시행착오를 하다 보면, 병에 갇힌 벼룩이 뚜껑에 가로막혀 더 높이 뛸 수 있음에도 자신을 제한하게 되듯이 한계 이상의 기획을 내기가 힘들었으므로 공감할 수 있었다.
2026-02-22 일
라이브 액션을 쓴 이츠키 카마타의 만화는 단편이 아니라도 재미있을지 궁금하다.
코단샤의 굿 애프터눈 25년 12월호의 다른 만화는 어떨지 한 번 보고 싶다.
월간 만화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각 화 사이 지면에 들어가 있는, 만화가 아닌 부분도 있을까?
이러한 바람들이 휘발되지 않게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2026-02-26 목
식단을 하기 위해 주문한 샐러드를 먹었다. 100g이 어느 정도의 양인지 잘 몰랐었는데, 포장을 풀어 보니까 예상보다 많았다.
젓가락에 잡히는 대로 조금씩 먹는데 씹는 것도 힘들고 지루했다.
2026-02-28 토
욕실 청소를 했다. 미리 사놓은 구연산수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저녁에는 형이 컴퓨터 부품을 선물로 주었다.
어떤 물건을 살지, 가격은 적당한지 같은 여러 조사를 직접 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렸을 텐데 그런 비용 없이 혜택을 얻은 셈이다.
메모리 사용량이 많은 IDE를 쓰거나, 여러 개의 크롬을 띄워둘 때 그리고 고사양 게임을 할 때 이점이 있지 싶다.
2026-03-01 일
익숙지 않던 컴퓨터 조립을 끝냈다.
사제 공랭 쿨러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메인보드에 원래 체결된 리텐션 가이드를 떼어내야 했다.
네 개의 나사가 강하게 조여져 있었는데,
- 케이스에서 메인보드를 떼어내어 무게를 실은 채 드라이버를 돌리거나
- 장력을 맞추기 위해 나머지 나사 세 개를 도로 끼워 놓거나
- 나사들이 붙어 있는 백 브라켓을 누르면서 드라이버를 돌리기 위해 메인보드를 다시 케이스에 연결하기도 하고
- 표준 규격보다 위아래 단계의 드라이버를 써보기도 하는 등
많은 수고 끝에 쿨러를 교체했다.
CPU의 열을 쿨러로 전달하기 위한, 서멀 구리스 도포도 단번에 끝내지는 못해서 손에 구리스가 많이 묻기도 했다.
이를 깨끗이 씻어내려고 듀이트리 클렌징 밀크를 썼더니 만족할 만큼 금방 지워졌다.
2026-03-02 월
길고양이가 어디 있나 잠깐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본가에 있는 날이 줄어들었고 녀석들의 수명이 7년 정도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봤던 그 순간들은 7년 중의 몇 년째였을까 같은 생각을 했다.
이미 알고 있던 터를 살펴 봤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026-03-03 화
다시 원룸으로 돌아왔다.
본가에 있을 때는 나물이 특히 괜찮았다. 식단을 시작했을 때 저탄수 도시락부터 먹었는데, 그 안에 있는 채소는 영 구실만 겨우 챙긴다는 느낌이 강했다.
제대로 된 걸 먹으니 훨씬 좋았다.
나서기 전에는 분리수거를 했다. 매주 이루어지던 걸 해놓으면, 부모님께서 하지 않아도 되니까 체감이 클 거 같았다. 그런 효용을 기대하고 하니까 더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
2026-03-05 목
노력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멋진 일이다. 알고 있다는 티가 나면 아마도 더욱 좋다. 하지만 나는 티를 덜 냈다.
2026-03-06 금
거리의 매장에서 또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발견해서 여느 때와 같이 주변 듣기 앱을 켰다.
하지만 음질과 소음 둘 다 좋지 않아 여러 번 시도해도 잘되지 않았다.
여성 가수의 노래였고 cognition, whisper 같은 단어들이 들어간 것까지는 알겠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다. 알려진 곡일 가능성이 클 테고, 이날부터 쭉 되짚어가며 전수 조사하면… 지대한 노력 끝에 아마도 찾을 수 있다.
이런 시행도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된 셈인데, 발견의 기쁨도 그러하겠지만 찾는 도중의 즐거움도 있을 듯하다.
2026-03-12 목
격언같이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문장은 유용하다.
처음 습득했을 때 그 의미를 깊게 받아들였는지를 떠나서 쓰일 만한 상황이 됐을 때 다시 생각나고 머리를 차분하게 해준다.
2026-03-21 토
나는 어떤 떄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했다. 금방 떠오르는 건 밝게 인사를 받을 때 그러한 거 같다.
햇살이나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호감을 사는 것처럼 밝은 인사 또한 음절의 높낮이 변화로 인하여 고유한 형태를 가지고, 그 형태가 또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2026-03-31 화
길거리에서 어떤 아저씨가 위를 쳐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뭐길래 그런가 하고 봤더니 벚꽃이 피어 있었다.
기왕 나도 찍어 보자 해서 휴대폰을 꺼내 찍었다.
아직도 찍고 있는 아저씨에게서 '좋지?'라고 하는 눈치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2026-04-09 목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이고 싶어서, 그러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봤다. 해볼 만한 여러 시도가 있겠지만, 내가 덜 잊히도록 하는 것도 유효하지 않을까.
2026-04-11 토
어쩐지 모르게 '주말을 잘 보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정해 두지 않던 긴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아직은 모르는 거지만, 후회가 적게 남도록 하면 날이 다 지나고서도 만족할 수 있을 듯하다.
일단 잘될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2026-04-15 수
2026-04-18 토
내 생각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가. 한 번씩 생각해볼 만하다.
2026-04-20 월
집에 가져갈 요량으로 믁끄럽 젤리를 샀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받았는데, 형이 마라샹궈를 좋아하다 보니 주면 괜찮을 거 같아서 맵기별로 구매했다.
주말이 돼야 들고 갈 수 있겠지만 미리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의 만족감이 있다.
2026-04-25 토
시간이 살짝 맞지 않아서 버스에 타기까지 아직 17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익숙한 곳은 아니지만, 정류장 근처로 아무렇게나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한 블록을 돌아가니 분홍, 빨강, 하양의 영산홍이 조경으로 꾸며져 있어서 괜찮았고,
조금 걸어가다 보니까 빌라 단지 옆에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느티나무가 있어서 그것도 볼만했다. 새들이 그를 은신처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지저귀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
좀 더 나아가 학교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햇빛이 잘 들어서 거리 사진을 찍었는데, 예상과 달리 자연광의 느낌이 잘 담겼다.
2026-04-26 일
영화 '28년 후: 뼈의 사원'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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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후부터 이어지는 시리즈물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전 작품은 본 적이 없었다. 그 대신에 힌트를 얻었는데,
영화 초입부터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등장인물은 전작 '28일 후'의 주인공이 성장한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끼리 1:1 결투를 통해 서로를 죽이게 하고 민가에 쳐들어가 사람을 고문하기에 '이야 이렇게 나쁘게 클 수 있나, 좀비 세계관이라 많이 엇나간 건가' 싶기도 하고 전작의 주인공을 악역으로 변모시킴으로써 분위기를 환기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웬걸, 나중에 영화가 끝난 후 찾아봤더니 그 나쁜 놈은 전작의 주인공이 아니라 별개의 인물이었다. 힌트를 듣고 착각했던 것과 비교하면 평이한 전개였던 셈이다.
사실을 알고부터는 원래 영화가 가진 것과 별개의 감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신기할 뿐 나쁘게 생각되지는 않았고 이와 닮은 한 일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볼 생각도 없는 주제에 굳이 부인과 같이 극장에 가서는 잠을 자 버리고, 나중에 내용에 관해 물어오면 조금씩 들리는 내용을 취합해서 아예 새로운 얘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재주가 놀랍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꽤 재밌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괜찮은 감상이었다. 닥터 이안 켈슨의 서사도 좋았다.
2026-04-28 화
점심에는 소고기를 먹었다. 그간에는 닭가슴살 등의 식단을 쭉 유지하다가 예외를 뒀으니, 상급자가 밥이 맛있었는지 물었다.
"살살 녹던데요."라고 대답하니 어쩐지 웃으시기에 어떤 부분이 웃겼나 잠시 생각해 봤다.
내 대답의 진부함이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2026-05-02 토
급체를 한 건지 혹은 식중독인지 점심을 먹은 이후로 두통과 오한으로 종일 시달렸다. 말 그대로 하루의 상당 부분이 날아가 버렸는데,
괜히 거울을 보면서 아프니까 좀 더 괜찮아 보이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26-05-05 화
이곳에 더 익숙해지고자 일부러 근처 커피집에 들르는 일정을 정해두고 실행했다.
밖을 보면 좋은 느낌의 저녁 노을이 펼쳐져 있었다.
막상 도착하니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용 가능할 정도였다.
2026-07-08 수
애슐리 퀸즈에 가서 팀 회식을 했다. 식단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음식을 골랐고 맛있었다.
2026-07-09 목
어쩌다 보니, 사내 크리에이터 동아리 사람들과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채널을 성공리에 이끈 PD, 솔파가 제작한 강의다.
유튜브 영상과 채널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3요소를 중요하게 들었는데, 첫 번째가 행위자, 두 번째가 행동, 세 번째로 느낌을 강조했다. 이 세 가지를 살피고, 조합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예시를 들면,
- 영상에 특이한 행위자가 나온다거나, 평범한 사람이 특이한 행동을 하는 단순한 기획도 있고,
- 노인이 전력질주를 하면 어떻게 될까? 같이 행위자가 잘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보이는, '충돌' 같은 영상 기획법도 제시했다.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마케터와 협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돌', '강화' 같이 재사용된 용어들은 다른 단어에 비해 선택될 만한 합리성이 있다 보니까, 그게 사실은 특정한 용례를 지칭하고 있다고 해도,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뜻이 통해 버리겠거니 싶었다.
그러면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몇 백만 조회수를 낸 사람에게 빌린 말'이라는 맥락이 없을 텐데, 체계를 갖춘 생각인지, 아니면 강한 주관일 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본인이 모든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고 협업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임 가능성을 두고 하는 건데, 하루가 짧은 만큼 어느 정도로 맥락을 공유할지 선을 잘 정해야 한다.
별개로 '유튜브에서 어떤 게 통하는가'같이 주제가 크니까, 기획 분야라면 살짝 바꿔서 적용해볼 여지가 있어 얻는 게 많은 강의였다.
타운홀 미팅이라는 주제로 사원들이 한 방에 모두 모였다. 진행을 잘 들었다.
2026-07-27 월
초심 중 하나에 대해 생각했다. 언제 생각해도 좋은 내용이다.
2026-07-28 화
어휘가 늘면 더 나을 거 같다.
2026-07-31 금
보수동쿨러-목화의 멜로디를 허밍하면서 걸어다니니까 기분 좋았다.
2026-09-09 수
x에서 트렌딩 포스트 하나를 읽었다.
AI 토큰을 충실히 소모했고, Task는 여러 개가 완료로 닫혀 있는데, 부하 직원에게 어디까지 진행된 건지 물어보니, AI가 한 거라 본인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며 그걸 이해하는 게 의미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예전이었으면 '명백하게 그 사람은 틀렸다'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은 꼭 그렇다고 하기도 힘든 게 참 희한한 일이다. 사고야 터진다고 해도 그게 기업의 존속을 달리할 정도가 아닐 수 있다.
제품 자체로 보면 살아남는 제품이 80~90%, 재수 없게 뒤져 버린 제품이 10~20% 정도를 차지할 듯하다.
반대로 개발 조직이 존속될 수 있는가 하면, 아닐 확률이 높다. '이해를 거부해서 남게 된 시간'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합리성 있게 분배해야만 하겠고.
프로젝트 매니징 스킬, 타 부서와의 협업 능력, 도메인 이해 능력. 이걸로 주니어들을 설득해야 할 텐데, 그걸로 설득하는 게 더 어렵지 않나?
AI에게 전부 맡긴다는 말이 매니징 스킬하고 잘 맞는지도 따져봐야 하고.
2026-09-18 금
스스로는 별로 주인공이 돼 보려 하지 않았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만화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난다.
"와 저 나무 생동감 있다…"
어떤 인물이 유년 시절 학예회에서 연극을 하는 와중, 그를 본 관객이 한 말이다. 조연을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그런 반응을 끌어 낼까.
그 말이 자연스러울 만한 상황을 떠올려 보면, 가지를 따로 들어서 불규칙하게 흔들거리는 장면도 제법 어울리고, 만약 그 극에 검객이 나온다고 치면, 상대방을 향한 찌르기가 끝나기까지 나무가 몇 초간을 멈춰 있다가 다시 움직이는 식으로 해서, 모든 동작이 찰나에 이루어졌다는 연출을 하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
그러나 이런 자유 연상이 원래 만화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가끔 이 일화가 떠오를 때는 시냅스가 약간 맞지 않는 데 닿은 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게 나무 연기를 하던 녀석은 맞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 또한 얻어터질 수 있음을 알고도 막으러 달려드는 열혈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먼지 나게 맞았지만, 사회에 막 보급되기 시작한 휴대폰을 들고선 꼰지르겠다고 협박하여 결국 적을 쫒아낸다. "10년 뒤엔 SNS가 발달해서 핸드폰이 최강의 무기가 된다"며 꼭 들고 다니라는 조언을 할 때도 꽤 멋있다.
이런 녀석은 조연이 아니라, 그냥 에피소드 주인공이니까 맞지 않다.
2026-09-23 수
점심을 먹고 걷는데, 주차된 차량 밑에서 드물게도 두 발로 서 있는 고양이의 다리가 보였다. 갈색과 검정이 번갈아 섞인 배색이었다.
눈치를 살피니, 차량 내부로 들어가려는 거 같아서 "헤이 헤이 헤이"하고 아는 체를 했다. 그랬더니 고양이는 그만두고 다른 차량 밑으로 피했다.
돌아봤을 때 원래 들어가려던 차는 정차 중이었을 뿐, 시동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말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2026-09-29 화
지친 동료의 모습을 보며, 내가 한 약속은 무엇이었나 생각했다.
정확히 내가 무언가를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일의 정의와 향후 계획에 동료가 긍정적인 반응을 했을 때. 가치 공감이 일어났을 때 이미 약속한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었다.
그 말의 무게는 어떤 정도였나 되짚어 보기도 하고.
좋은 물건들은 쉽게 쇠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씩 잊혀진다. 자주 들여다 보지 않으면 먼지가 쌓여서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도 털어내고 나면 귀한 것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2026-10-12 월
전에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성격은 학업 능력, 직업 능력과 비교할 만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자산 같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스스로는 흔들릴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는 동료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더 와닿는다.
흔히들 말하는, 구김이 없는 것과는 살짝 다른데, 옷에 풀을 먹여 놓았다는 이미지가 보다 적합하다고 할까. 내 눈에는 밟히는 내 흠이 아마 그들에게 안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도 그런 건 하나도 셈에 들어가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다른 이의 머릿 속을 들여다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나한테는 그런 인상을 준다는 거다. 그 감상에서 오는 안정감이 크다.
'왜 안 좋은 게 계산에서 다 빠져 있나.'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마다 타고나기를 다르듯이' 그게 되는 사람만 되는… 재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26-10-13 화
한 번 식단을 놓은 뒤로 오히려 더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체중 감량이 유일하게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주제였던 날을 떠올린다. 그 생각은 실제로 좀 더 절제를 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요즘에는 그게 하나의 승리 전략처럼 여겨진다.
2026-10-14 수
김뜻돌의 앨범, 꿈에서 걸려온 전화를 처음 듣던 때가 생각난다. 그중에는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라는 노래 제목이 꽤 괜찮은 거 같다.
반대로 말해서 모든 사랑은 실패한다는 건가? 이미 연인이 된 사람들도, 오랜 세월을 지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부부도. 빠짐없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 실패는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던 것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보통의 실패는 어떠할까. 관계의 변화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실패로 여기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다른 많은 노래들도 사람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고백이 실패하거나 헤어지는 일은 보다 극적인 사건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행복을 찾아 평범함에 수렴하는 것처럼 그것들을 극적으로 보는 게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관계성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까지 한 데 묶어서 같은 것으로 보는 시각은 좋은 면이 있다. 바닷물에 소금을 조금 더하거나 빼도 여전히 큰 변화는 되지 않는 거처럼 포함하는 범위가 너무 넓으면, 각각의 상황을 희석해줄 수도 있을 테고,
바라던 대로 되지 않은 사랑도 역시 긍정해 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냐는 질문은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2026-10-15 목
부트캠프에 있을 때 동료 수강생을 한 명 생각했다. 일본에서 다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서 재직하고자 돌아온 분이었다.
그것 빼고는 사실 뭐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 대화에 익숙하고, 더 잘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내실을 착실하게 다지는 타입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러한 인간적 특징에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내 이목을 끌었던 건 같이 작업했을 때의 화면 공유였다.
나는 평소에 일상을 관리하기 위해서 참고할 수 있는 지표를 두 가지 정도 세워뒀는데, 화면 공유에서 나온 그 지표 하나가… 지표만을 목적으로 따로 관리했다고 봐도 좋을 만큼 깔끔했다. 이 정도로 자기 통제가 된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상에서 써볼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진짜로 지표만을 위한 관리를 해보는 거다. 주의가 흐르면,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마냥 흔적을 지운다. 나중에 점검하고자 한다면 성실하지 않은 조치이지만…
어질러져 있는 곳은 더 망가지기 쉬운 법이지. 반대로 깨끗한 장소에 먼지 하나는 눈에 확 띄고.
어질러지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을 비합리적인 작업을 일부러 후속 행동으로 끼움으로써 주의가 흐르는 대상을 덜 매력적으로 하고 깨끗하게 유지된 상태가 다시 관리를 돕게 한다는 발상이다.
… 쓰다 보니까 성격도 좋고 집중도 잘하는 그는 잘하고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2026-10-16 금
책을 한 권 샀다. 보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가 버킷 리스트 쪽으로 한 발자국 정도 더 움직인 느낌이다.
이것도 실천의 하나이니까, 처음 책을 추천해 준 채팅방에 가서 '추천받았는데 이제 샀다. 책으로부터 뭘 기대한다.' 정도로 말했는데 이 책을 처음 얘기했던 사람이 댓글을 태그해서는 '오 이런 책도 있군요'라고 되물어봤다.
거의 1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까먹어서 나에게 물어봤다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대꾸하는지 반응을 보기 위해 장난친 거 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재미없게 대답할까 잠깐 궁리한 다음 그냥 넙죽 받아서 책에서 뭘 보고 싶은지 더 얘기하고 그쳤다.
가수나 앨범을 고르는 등 계획적인 듣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간에는 알고리즘에 나오는 곡을 듣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 보면 어떤 곡은 1,000회 이상 들었지만, 같은 앨범에 속한 다른 노래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계획적인 듣기'의 효과로 다른 사람과 이 음악들을 주제로 대화하는 데 수월해질 수도 있고, '그간에는 알지 못했지만, 취향에 맞는' 노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렇게 듣는다면 두 그룹을 생각 중이다. Clammbon에 대해서는 Chicago와 Japanese manner 이외의 곡을 알면 좋겠다. Frederic의 경우에는 Odd loop와 Owarase Night 이외의 곡을 알면 좋겠다.
2026-10-17 토
이날도 버스 정류장에서 10여 분간의 시간이 남아서, 근처를 걸어보기로 했다. 익숙히 듣던 노래를 틀어 놓고, 햇살이 잘 들던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앞에 있는 학교와 그 옆 건물 사이의 2m가 채 안 돼 보이는 골목길을 보니, 바닥에 아스팔트 때문에 차도보다 조금 높게 단차가 생겨 있었다. 상자가 옆으로 놓인 것 같은 묘한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어서,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그 안은 별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돌아나오는 길 왼편,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 해가 걸쳐져 있어 그게 참 괜찮았다.
그걸 쭉 보면서 버스 시간에 맞춰 가려 했지만, 학교 바깥의 펜스와 그 안쪽에 있는 가로수가 시야를 가렸다. '조금만 하면 보일 것 같은데'하고 눈을 가늘게 떠 보면서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그 장면이 꼭 애니메이션에서 '달리는 캐릭터' 뒤에 배경 사물을 반복해서 그려놓은 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예전에 들렀던 꽃집이 근처에 있다는 게 떠올랐다. 정확한 위치를 기억해 두진 않았어서, 지도를 검색해 하나씩 들렀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배송 이전의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집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꽃다발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것보다는 생활상이 드러나는 가게에 방문하려는 목적이 커서, 그러한 느낌이 드는 가게가 나올 때까지 찾아보기로 했다.
결국 마지막 후보가 돼서야, '꽃 냉장고'가 한켠에 자리잡은 곳이 보였다. 선반에도 미니멀리스트 잡지가 보이기에 위치를 옮겼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이전과 비교해 보면, 천정에서 내려오는 오브제가 빠졌고, 개수대 같은 곳은 하얀 커튼으로 가려 놓았다.
계산할 때가 돼서 보니, 지난번보다 다발이 더 멋있게 완성된 것 같았다. 받기 전까지 가위로 리본을 한 번 수정해서 주었는데, 시간이 지나는 동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겠거니 생각했다.
2026-10-18 일
넷플릭스에서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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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에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주인공, 에바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불합리한 괴롭힘을 받고 있다. 거주지 외벽에 페인트가 뿌려진다거나 직접적인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시놉시스에서부터 아들의 폭력성이 갈등 요소로 소개되었고, 그녀의 '현재' 시점에 아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아. 아들이 범죄에 준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대신 책임을 지고 있구나.'하고 유추할 수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에바는 이 모든 괴롭힘을 순순히 받아들일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그녀를 잔인하게 대하면서도 자신을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에바는 아이를 가진 것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의문이 떠오를 즈음, 시점은 아이의 출생 이전까지 돌아가 앞서 생각난 물음들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아들인 케빈은 분명히 보통의 아이와는 달랐다. 말을 걸어도 좀처럼 대답하지 않는 탓에 말이 늦는 게 아닌지 걱정을 끼치기도 하고, 에바가 공놀이를 하자고 공을 보내면 아예 받지 않는 등 정을 붙이기 어려운 아이였다. 인내심이 다한 그녀가 "네가 태어나기 전이 더 행복했다"며 나무랄 정도였다.
한편, 케빈이 조금 더 자라 스스로 걸어 다닐 즈음을 보면, 말하는 게 늦었던 것과 달리 그는 부족하기보다는 영리한 아이였다.
여전히 늦게까지 기저귀를 차고 다니기는 했지만, 일부러 변을 눠서 수고스럽게 하는 식으로 반항하는 영악함을 보이거나, 아버지 앞에서는 적대하는 모습을 잘 감춰서 그녀를 고립되게 만들기도 했다.
그 대립이 길어질수록 좀처럼 아이 같지가 않고, 어머니인 에바와 대등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케빈의 성장 과정에서 느낀 주된 감상은 '그는 마땅히 큰 잘못을 저지를 만한 아이였다'라는 납득이 아니었다.
... 비록 허울에 가깝긴 했어도, 에바도 아들과 잘 지내보려 노력했다. 화합할 수 있던 그 기회들이 번번이 무시되는 걸 보면서, 적개심을 유지하기 위해 '평범한 일상'들이 연료처럼 사용되는, 자기 파괴로 느껴졌다. 현재 시점에서 결국 수감된 모습으로 등장하기에 더욱 그렇게 보였다.
'순한 아이가 된다는 게 그렇게 싫은가?' 가까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만큼. 앞으로의 인생을 포기할 만큼. 그를 따져보기 위해 케빈의 삶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케빈의 경우는 특수하다. 그가 아주 어릴 때 "네가 태어나기 전이 더 행복했다." 같은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를 명확히 적대할 일은 없으며, 스스로를 정당화할 근거도 없다. 어머니와 아이는 보통 대립하지 않는다. 아이는 미숙하기에, 거의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야.
하지만 대립할 만한 근거가 있는 다른 관계는 어떠할까? 가령 서로 "균등한 배우자"를 바라고 있다면. 가사를 형평성 있게 조정하기 위하여. 아주 솔직하게는 덜 맡기 위해서. 상대의 말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내 어머니의 삶, 내 아버지의 삶이 토론 소재로써만 쓰이고. 힘들었던 나의 하루는 깊이 살펴지는 일 없이, "알겠어. 그런데"로 끝날 거 같은 부정적인 전망이 금새 생각난다.
반면 분담같은 목적만 없었다면. '내가 겪었던 고생'이 부정되는 일은 없었을 거야. 듣고서 서로를 위로해 주지 않았을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위와 같은 사유를 하도록 도운 의미가 크다.
갈등을 배제하고 살 수는 없어. 하지만 그게 빠진 상황을 가정해볼 수는 있다.
2026-10-19 월
Frederic의 ONLYWONDER를 들었다.
앨범 듣기. 가수 듣기. 이거는 시행할수록 그대로 견문이 넓어지는 습관 같다.
그들의 뮤비에는 반복되는 장면이 등장한다든지 어쨌든 특징적인 면이 있다고 하기에, 이번에도 동영상을 틀어서 봤다.
일본어에 밝지는 않아서 일단은 '춤이 신나 보이네.'라는 감상이 첫 번째였다. 외국어를 알기 전에는 글자가 문양처럼 보이듯이, 가사를 알고부터는 감상이 조금 더 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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